불교가 제시하는 정치적 지향성에 대한 탐색은 이제 근세 식민시기의 흐름에 갇힌 호교론을 벗어나 구체적인 현재의 정치상황 안에서 불교의 역할을 묻는 살아 있는 질문과 닿아 있어야 한다. 우선 갈라파고스에 갇힌 공허한 “불교적 정치” 담론이 노정시키는 구조적인 한계를 살펴, 이를 타산지석 삼아 우리의 현재적 모색 가능성을 따져보고자 한다. 그리고 나아가 신자유주의의 몰락과 포퓰리즘의 대두, 그리고 반이성주의와 상대주의를 넘어선 탈진실(Post-Truth)의 정치가 벌어지는 현실 안에서 불교적 세계관이 갖는 가능성과 의미를 타진해 보고자 한다.
중도(中道)의 정치는 어떻게 가능할까?
박병기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우리 정치가 시민의 고통을 해소하기는커녕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고통을 해소하는 방편 중 하나로서 정치’를 다시 설정할 필요성을 느낀다. 현실 속 고통의 해소를 목표로 삼는 불교는 이 과제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발제문의 중심이고 주로 초기불교 경전 <대반열반경>과 <숫타니파타>를 중심으로 붙들어보고자 한다. 이 두 경전을 관통하는 진리인 중도(中道)를 출발점이자 도달점으로 삼아, 그 중도의 정치가 어떻게 가능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주체는 누구인지에 관한 물음을 연속적으로 던져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