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um on the Middle Path 2018에서는
‘중도中道와 종교―다시 돌아보다, 종교’라는 주제로
중도와 종교의 문제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고요한소리〉는 2017년 창립 30주년을 맞아 ‘Forum on the Middle Path’을 열어 중도, 즉 팔정도의 뜻을 새겨 보았습니다. 이어서 금년에는 ‘중도中道와 종교 ― 다시 돌아보다, 종교’라는 주제로 중도와 종교의 문제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불교는 종교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종교’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그 답이 달라집니다. 원래 종교현상을 지칭할 때 동양권에선 ‘가르칠 교敎’란 용어를 써 왔는데 근세에 와서 서양의 ‘릴리전religion’이라는 말이 종교로 번역 통용됨으로써 ‘교’의 뜻이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서양에서 들어온 기독교와 이천여 년 전 중국을 통해 들어온 불교가 쌍벽을 이루고 있습니다. 기독교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신앙종교라면 불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한 수행종교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불교에서도 믿음은 수행의 첫 단계로 중시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법의 이해를 위한 예비단계이기 때문에 법에 대한 확신이 서면 믿음의 단계를 자연히 벗어나게 됩니다.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는 믿음·이해·수행과 관련되지만 철저한 이해를 거친 확신이 아닌 맹목적인 믿음은 불교에서 경계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부처님 가르침의 깊은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불자들은 미숙한 기복신앙에 안주하고 있지만 현대 과학교육을 통한 탐구심이 높아질수록 이런 미숙성은 점차로 도태될 것입니다. 더욱이 기독교에서도 하나님의 참뜻, 곧 진리에 대한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불교와 기독교간의 대화의 폭은 그만큼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실 삶에서는 경제적, 군사적 갈등은 물론이요, 종교적 가치 갈등이 가장 큰 위험 요소로 남아 있습니다. 종교적 신념은 죽음까지도 불사하기 때문입니다.
원초적 공포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생겨난 종교는 독선적, 배타적 신앙심을 품고 시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왔습니다. 오늘날의 전 지구 사회에서 문화적 장벽은 허물어지고 있지만 유독 종교적 대립과 갈등은 더욱 첨예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아사상을 핵심으로 하는 부처님 가르침에서는 일체의 대립과 갈등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불교적 진리가 따로 있고 비불교적 진리가 따로 있을 리 없기 때문입니다. 진리를 향한 열린 마음을 바탕으로 하는 중도 지향적 불법佛法은 남이 주장하는 바의 타당성을 문제 삼기에 앞서 나 자신의 입장을 되돌아봅니다. 중도 불법의 이런 회광반조의 정신이야말로 자칫 종교가 빠지기 쉬운 배타적 독선성을 뿌리 뽑고 진리와 자유를 향한 개방성을 보장하는 확실한 보루가 될 것입니다. 이번 〈고요한소리〉의 ‘Forum on the Middle Path 2018’이 이런 보루를 구축하고 다져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